심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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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사 진달래꽃심연속 2023. 3. 16. 14:38
산골짜기 언덕배기 진달래꽃 허리 굽어버렸어요. 하늘한번 쳐다보고 땅 한번 쳐다보고 옷매무새 단장하다가 꽃봉오리 터뜨렸어요 내 몸을 날려버릴 정도로 억센 봄바람에 끌려가지 않을려고 끙끙 힘을 다 쏟아부었어요.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세찬 봄바람에 이 산 저 산 비상이 걸렸어요 우리 나무들 모두 서로 손을 모아 안아보자 절대로 내 손을 놓지 않겠다고 맹세했죠? 헐거벗은 가지에 채찍을 휘두르는 봄바람은 어서 빨리 일어나서 봄꽃을 피우라고 따끔한 훈계를 내리는가 봐요. 소나무밑 응달진 비탈길에 쬐금막하게 얼굴을 내민 진달래꽃 봄의 전령사로 숲속을 꽃동산으로 물들겟구나! 한송이 꽃을 피우기위해서 얼마나 많이 속앓이하며 그렇게 울었나보다. 새소리에 귀가 번듯 발자국소리에 귀가 번듯 외로움속에서 평생을 살아야했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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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기여차 봄바람타고 가자심연속 2023. 3. 14. 15:35
어기여차 봄바람 타고 가자 벌거숭이 나무들 봄바람에 얼굴들고 세상구경 나섰네 산모퉁이 낙엽속에 춘란 기지개를 켜고 파아란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네 이슬마신 춘란 새색시마냥 화장하니 얼굴이 활짝 피었어 은은한 향기에 봄바람도 취해서 흔들거리네 어기여차 봄바람 타고 가자 가늘디 가는 두팔로 봄바람을 맞아보자꾸나! 이젠 네 팔도 혈기가 왕성해서 어느새 핏기가 도는구나!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도 분홍색 립스틱을 발르고 인고의 세월을 천년지기마냥 부둥켜안았구나! 을씨년스러운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분홍색 꽃망울을 터트려 길 가는 나그네에게 아름다운 꿈을 선사해주었구나! 명예도 바라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자기 본분을 지키며 살아가는 진달래 나는 네가 정말 좋아, 멍든 가슴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어 이 세상 살 맛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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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 당촌에는심연속 2023. 3. 2. 14:04
바다 건너 당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네 봄이면 봄마다 밭갈이 논갈이 너른 평야에 봄바람이 대포자락 휘감으면 자른 벼포기 깡치들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네 허허벌판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봄날이 오기만 기다렸지 가끔 까치가 놀러와서 외로움을 달래줬지 바다 건너 당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새만금 봄바람이 불어오네 하늘을 떠 안고서 갯바람이 변산앞자락을 휘감으면 능가산 봉우리마다 진달래꽃망울 앞다퉈서 피느냐 얼굴 빨개지네 나도 몰래 태초의 신비에 흠뻑 젖어버리네 그래 각박한 현실에서 물러나 내면의 소리를 깊이 들어보자 바쁘게 돌아가는 어지러운 세상앞에서 진실로 행복한 삶을 이끌어보자 매스컴은 왜 이리 시끄럽고 서로 치고 받고 비방하고 누가 옳은지 그른지 분간도 못하겠다 정의가 사라진 세상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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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심연속 2023. 2. 19. 15:39
꽃샘바람에 살이 애려도 어느새 꽃망울이 부풀어올라 매화꽃봉오리 살짜기 얼굴 내밀었어요 헐벗은 나뭇가지에매서운 바람이 지나가도 우리는 춥지 않아요 벌써 땅속 뿌리에서 맥박이 소용돌이치며 목을 축이고 있어요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쳐도 어느새 쬐그만 새싹들이 봉긋 올라오고 있어요. 여기저기에서 기지개를 켜며 손바닥을 치면서 봄길목에서 생명을 일구고 있네요 누군가 발길질을 해대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울지 않아요 땅속에 찰떡처럼 달라붙어 생채기가 나도 따듯한 햇살에 어느새 상처가 아물어버려요 매서운 북풍이 불어와도 얼굴한번 가리지 않고 나는야 추위 해결사 천변연못에서 유유히 떠다니는 물오리들 물속에 물구나무서기 잠수함을 타고 물고기잡으러 가세 물살위를 가르는 너의 날렵한 발놀림 날개짓하며 물위로 낮게 날아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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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일기심연속 2022. 11. 19. 14:57
어느새 단풍잎은 쪼그라들고 주름이 생겼다 마치 사람이 늙어가듯이 피부가 주글쭈글 찬란하게 불타오르고 하늘을 찌를 듯 불타오른 정열은 어느새 온데 간데 없다. 단풍잎이 차곡차곡 쌓여 산길에 내팽개쳐있을 때 지나가는 나그네 발걸음만 무겁기만 하구나! 붉은빛 가벼운 단풍잎 덤불에 한 발 한 발 넣어보자. 지난날의 뜨거운 정열로 차가운 발을 덮혀보자꾸나! 찬란했던 젊음의 불꽃을 그냥 그대로 보내버리면 안되겠지 그리움에 애타며 허송세월했던 날들 사랑에 목말라 입이 부르터도 말이 없던 너 늦가을도 종점에 머물 때면 뭔가 아쉬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사랑했던 사람들 만나고 싶은 사람들 이제 그냥 묻혀두지 말고 사랑으로 불피워서 조금이나마 화해하자꾸나! 만나지 말자고 너의 문을 꼭곡 닫으면 네 몸만 다치고 아픔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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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의 기쁨심연속 2022. 10. 14. 15:03
토옥톡 영글어가는 벼 낟알들이 춤을 춘다 파아란 하늘아래 따스한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붓으로 덧칠하며 수채화에 푸욱 빠졌다 오늘도 논둑길을 걸으며 소리치면서 웃어보고 싶다 말하고 싶어도 속으로만 삭히고 빈말만 늘어 제 속은 타들어간다 어디 가서 마음대로 웃어보질 못하니 오늘은 눈치보지 말고 황금들판에서 마음 편히 웃어보아라. 거치적거리는 것도 없고 그저 노오란 벼 낟알만 보면 절로 힐링 파아란 하늘아래 희끗희긋 나풀거리는 억새 논길에 울타리삼아 늦으막이 피어난 억새는 오늘따라 유난히 빛을 내고 있구나! 콤바인이 돌아가면서 벼이삭을 베고 낟알을 훑어가면 벼이삭들은 땅에 드러누워 하늘을 보며 쉬고 있구나! 마치 내가 평상에 누워 밤하늘을 보며 별을 헤는 것처럼 대낮에도 너는 누워서 떠다니는 구름을 찾아 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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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길목에서심연속 2022. 9. 19. 10:06
떡갈나무 바람에 흔들리면 넓은 이파리들 힘내서 상수리열매 키워요 햇빛을 받고 바람을 맞으며 산속에서 결실을 다짐하며 열매들의 끝이없는 고뇌속에서 토옥톡 영글어가요. 찌는 듯한 폭염에 시달려 한바탕 소슬바람을 맞앗더니 온 몸이 시원해져 날아가는 듯해요 태풍이 몰아쳐 금방쓰러질 것 같아도 오뚝이처럼 살아남아 숙명을 다해내는 나무들의 삶 누구를 건드릴 줄도 모르고 시기할 줄도 모르고 무조건 양보하며 배려해주는 자연앞에서 절로 고개가 숙여지네요 몇천번 가지가 흔들리고 가지랭이가 찢어져나가도 꼿꼿이 한 길로만 가는 변치않는 너의 지조는 높이 빛날 것이다. 조금만 아파도 참지못하고 그냥 절망의 늪속으로 빠져드는데 애라 모ㅡ르겠다. 벌써 가을로 접어든 길목에서 혹시 빈 껍데기만 안고 하루를 살아가는지 겁이 난다.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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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색시 진달래꽃이여심연속 2022. 4. 2. 16:53
이 산 저 산 가리지 않고 저렇게 분홍색 꽃망울 터트리는데 너는 왜 이리 울상을 하고 움츠러들고 있니? 솔잎아래서도 돌무더기밑에서도 제각각 새색시마냥 단장하고 봄나들이 나섰다 누가 오지 않와도 좋아 그냥 평범하고 소박하게 산골짜기에서 사는 거야 솔바람소리 들으며 해질 녁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감하며 반성하지 헝한 산등성이에 분홍빛 꽃을 피어 아직 혈맥이 멈춘 곳에 온기를 덥혀주는 거야 임이 그리우면 사랑노래 불러보고 산새들과 함께 산책하며 기분전환하자. 인생길 짧은데 무엇하러 마음 고생하며 속이 타서 애간장 녹이고 있느냐? 답답한 이내 맘 이제 진달래꽃속에 들어가 쉬었가 가렴 세상살이 잘도 돌아간다 나는 저만치 뒷처지는데 너만 힘이 나서 잘도 달리는 구나! 나도 이제 기운을 차리고 너한테로 달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