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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의 길목에서
    심연속 2022. 9. 19. 10:06

    떡갈나무 바람에 흔들리면

    넓은 이파리들 힘내서 상수리열매 키워요

    햇빛을 받고 바람을 맞으며 산속에서 결실을 다짐하며

    열매들의 끝이없는 고뇌속에서 토옥톡 영글어가요.

    찌는 듯한 폭염에 시달려 한바탕 소슬바람을 맞앗더니

    온 몸이 시원해져 날아가는 듯해요

    태풍이 몰아쳐 금방쓰러질 것 같아도

    오뚝이처럼 살아남아 숙명을 다해내는 나무들의 삶

    누구를 건드릴 줄도 모르고

    시기할 줄도 모르고  무조건 양보하며

    배려해주는 자연앞에서  절로 고개가 숙여지네요

    몇천번 가지가 흔들리고 가지랭이가 찢어져나가도 

    꼿꼿이 한 길로만 가는 변치않는 너의 지조는 높이 빛날 것이다.

    조금만 아파도 참지못하고 그냥 절망의 늪속으로 빠져드는데

    애라 모ㅡ르겠다. 벌써 가을로 접어든 길목에서

    혹시 빈 껍데기만 안고 하루를 살아가는지 겁이 난다.

    무슨 말을 할 지 망막한데 달력은 금방 한 장이 넘어가고

    깊숙이 숨어있는 말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영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슴이 답답해서 바람쐬러 산으로 달려나간다.

    편백나무들의 매끈한 매무새

    하늘끝까지 치솟은 위력앞에 내 자신은 작아져 쪼그라든다

    상큼한 향에 이끌려 숲속을 돌아다니면 머리속은 개운해져

    새로운 사람으로 탄생한다.

    인간의  업보는 줄줄이 내앞에  나타나 놀랜 가슴 달래느라 여념이 없다.

    절대로 나쁜 일은 보이지 말라고 그렇게 마음속으로 기도도 해봤지

    해가 갈수록 쇠력해지고 눈도 나뻐지고 청력도 서서히 떨어지다니

    참 인정할 수없는 진실이다.

    노년으로 갈수록 성숙해져 지혜의 달인에 서 있어야 하는데

    계속 약해져가는 육체와 마음은 뭘로 달래야 하나?

    꽃향기에 취해 찰나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도 크나큰 행복이잖니?

    빠알간 열정속의 영원한 사랑을 담은 꽃무릇속에서 옛날의 첫사랑을 떠올려보아라.

    님은 떠나갔지만 내 마음의 사랑은 불사조처럼 남아있으리

    가을이여 빨갛게 타오르는 단풍을 지금부터 영양을 담뿍 뿌려 아름다운 나무로 키워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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