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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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편지심연 2015. 11. 9. 21:26
단풍잎에깨알같이 곱게 손글씨로 편지를 보냅니다. 불타오르는 단풍잎을 잘 보고 갔냐고 올해는 가물어서 단풍이 잘 물들지 않았다고 대신 단풍대사가 되어 편지에 사진을 올립니다. 단풍잎도 나름대로 온갖 비바람속에도 끄떡하지않고 지금가지 이렇게 서 있는 것도 기적이라고 합니다. 단풍잎아 정말 잘 견뎌왔구나! 단풍구경 가자고 손을 잡고 먼저 앞장 서셨던 우리 어머니 '멋진 포즈' 찰칵 사진을 찍어주셨지. 근데 고개를 왼쪽으로 숙이고 차려자세로 선 옛날 학창시절 사진 아 ! 그 시절 단풍은 정말 내 마음을 홀딱 빼앗아버렸지. 어머니와 함께 단풍구경 또 가고 싶었는데.... 산 너머 모랫재 너머 바람이 공원묘지로 불어가면 단풍잎 편지가 어머니께 배달되겠지요? 온 세상에 온기를 불어놓고 얼어붙은 가슴에 온돌을 지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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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합창심연 2015. 8. 6. 15:13
여름산에 올라가면 매미울음소리 제각기 다른 음성으로 불협화음을 이루며 어찌나 길게 울어대는지 여름산이 벌떡 일어났다. 계곡물소리 못지않게 웅장 합창 등산객이 지나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나무에 붙어서 배에 힘을 주면서 울어대고 있었다. 우리 같으면 한낮의 더위에 지쳐서 그늘에서 쉬고 싶을텐데... 무엇이 그리 급한지 목청터지게 울어댄다. 오로지 숲 속엔 사람 발자국소리는 들리지 않고 매미 뚤레미 울음소리만이 여름산을 함빡 둘러싸버렸다. 여름산은 매미 노랫소리에 낮잠에서 깨어나 폭염에 지친 사람들을 감싸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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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린 여름산심연 2015. 6. 14. 18:22
천둥이 노랫소리로 들리는가? 산길따라 졸졸졸 정상으로 올라가네 내 앞의 다람쥐가 종종종 길을 횡단하네 다람쥐따라 골짜기옆까지 왔네 산길가상 돌팍길 구멍으로 쏘옥 들어가기도 하고 세수하며 서 있기도 하고 오물조물 두발로 서서 두발로 먹이를 갖고 먹기도 하고 단풍나무 그늘을 따라 올라가는데 갈수록 커지는 우르릉 꽝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는가 했는데 갑자기 어둠이 몰려와 나무고 뭐고 시꺼멓네 하늘은 온통 시꺼멓고 천둥소리 내 귀에 꽝광 깜작 놀랜 가슴 진정하고 후퇴하기로 했다. 비 쫄쫄이 맞고 아프면 안되지 무조건 캄캄했는데 차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대낮임을 입증했지? 바른 걸음으로 내려가는데 나뭇잎소리가 장난이 아닌거야 바람소리인가? 닥딱딱닥 닦닥 빗줄기가 가늘게 내리더니 가게를 지나가니까 나무위에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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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봄산에서심연 2015. 4. 26. 17:29
단풍나무꽃이 화알짝 피었다. 벌들이 윙윙거리며 단풍나무에 모두 모였다. 나무위에서 이파리들이 물머금고 올라오다가 윙윙소리에 퍼득 놀라서 두 손을 꽈악 죄며 멈칫거린다. 휘황찬란하게 철쭉꽃이 피었지만 벌들은 철쭉꽃한테 아는 체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철쭉꽃옆에서 포즈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푸르른 산에 들어서면 벌 윙윙소리에 귀가 쟁쟁 벌들은 4월의 봄산으로 몰려들었다. 계곡물에선 물소리가 정적을 깨곤 했다. 맑은 물밑에선 쬐그만 올챙이가 쉬고 있었다. 진달래꽃잎이 산길에 쫘악 깔리고 붓꽃이 얼굴을 내밀며 인사를 했다. 따스한 햇살에 꽃뱀이 산길가운데 또가리 틀며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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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변산의 봄심연 2015. 3. 22. 16:27
서해바닷가 봄바람이 불어대던 날 내변산에도 봄이 찾아왔네 진달래꽃망울이 어느새 활짝 피었네 양지바른 곳 바위가 바람을 막아주고 소나무가 바람을 막아주어 제일 먼저 꽃망울을 터뜨렸다. 까치밥인가 낙엽더미속 터전을 잡고서 하얀 꽃을 피었다. 헐벗은 낙엽송 새싹이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 내변산의 봄은 진작 찾아욌다. 상춘객들로 내소사는 인신인해를 이루구나! 노랗게 핀 산수유가 빙긋 웃으며 우리를 맞아주네 저으기 저 너머 갯벌이 보이네 갯벌에 움푹파인 꼬랑은 어쩌면 내 마음을 닮았나? 봄처럼 하늘을 향해 날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