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아 불어다오 길을 잃어 헤매고 있을 때 사방을 봐도 첩첩 산중일 때 내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내 살길을 찾아주었다. 머리카락 바람에 흩날리고 땀에 흠뻑 젖은 등줄기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새세상이었다.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됏을 땐 바람은 영원한 나의 친구 바람은 나의 분신이오 나의 스승님
녹음이 우거져서 그늘을 만들어주지 가슴이 갑갑하면 나한테 달려와 솔바람 불어와 세태에 멍든 가슴 바다처럼 탁트인 가슴 만들어줄게 지친 마음 혼탁한 마음 깨끗이 치워줄게 내게로 사람들 몰려오네 드넓은 어머니품에 안겨요.
세상이 훤히 보이는 하늘과 맞닿은 갓바위 오늘도 누군가를 눈이 빠지게 기다려야 했다. 구름도 잠시 쉬었다 가는 널찍한 갓바위에서 야호 야호 소리높여 외쳐본다. 선인들의 적군을 물리치는 용맹은 없더라도 가슴속 탁 트이게 이름을 외쳐본다. 보고 싶은 이름이여 불러도 돌아오지 못할 분이여 보고 싶은 얼굴이여 부르고 싶은 이름이여 가슴 속 아픔은 갓바위에 새기고 잠시 높은 자리에 서서 세상을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