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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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암지에서심연 2017. 12. 25. 16:38
고려시대 광종때 하원선사가 천연동굴 암자에서 불공을 드렸던 태고적 시대 억겁의 세월이 흘러갔구나! 불출봉으로 올라가다가 불출암지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큰 바위밑 푹 파인 손가락깊이 구멍을 본다. 이 바위만이 모든 시련을 겪어내고 오늘 이자리에 서서 불출암지 증표를 보여주는구나! 수백년 고목나무는 남쪽으로만 가지를 뻗히며 문화재급 나무로 오늘날까지 이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살았다. 하늘높은 줄 모르고 뻗아가는 위풍당당은 어느새 사라지고 굽은 가지 온갖 세파에 가지가 후드득 조금만 굽어봐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거야 눈높이를 세상아래로 향해봐! 굽고 굽은 가지 수도 없이 굽어도 끄떡않고 파아란 겨울하늘을 바라보지 너의 드넓은 베품은 산새도 앉았다 가지 엊저녁 싸래기눈이 마당을 하얗게 수놓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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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사진첩심연 2017. 11. 27. 19:49
은행잎이 한 잎 두잎 떨어질 때 마다 누가 마지막 잎새로 남겠니? 은행잎은 바람결에 몸을 맡기고 홀가분하게 떠나간다. 가지 않을려고 안간힘을 다 하지 않는다. 자연의 순리대로 그렇게 따라가며 더 높은 이상을 향하여 떠나간다. 은행나무한테서 떨어지지 않을려고 발버둥치지 않는다. 인생도 나뭇잎처럼 훠얼월 여행을 떠나는 방랑자 궂은 일 속에서 바쁘게 뛰어다니고 한때는 잠시 머얼리 세계로 떠나가고 지인들과 만나서 정담을 나누고 정적을 지키는 밤과 함께 칠흑속으로 깊이 빠져든다. 헐벗은 은행나무가지 노오란 은행잎 모두 다 쏟아버리고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 추억은 아름다운 것 그냥 그렇게 가슴 한켠에 쌓아두자. 언젠가 꼬옥 들여다볼 날이 오겠지. 슬픔은 아름다운 것 그냥 그렇게 마음 속 깊이 넣어두자. 언젠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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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밟으며심연 2017. 11. 19. 16:16
낙엽을 밟으며 너는 아느냐? 떡갈나무이파리가 어느새 다 떨어지고 있다는 걸 그것도 넓적한 떡갈나무 이파리만이 산 정상에서 몸부리치며 울고 있다는 걸 넓적한 이파리끼리 서로 맞대고 찬 바람에도 끄덕없이 견뎌왔건만 워낙 센 겨울바람인지라 어디론가 붕- 떠나가버렸다. 낙엽을 밟으며 너는 아느냐? 숨어서 우는 떡갈나무 바스락 바스락소리를. 낙엽더미속으로 한 발 한 발 집어넣으며 가슴 속 이야기를 들어보렴 머언 훗날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사랑의 실체를 만나고 싶다는 걸 낙엽속에서만이 너의 진실이 숨어있단다. 누군가 인생은 나그네길이라고 했던가? 이제 앞으로만 계속 달리지 말고 주위를 보면서 천천히 가자꾸나! 무엇이 우리를 외길로 몰아가는지 모르겠다. 잠시 자신을 돌아보며 슬로우 낙엽속에서 자신을 보며 무작정 사심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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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길심연 2017. 8. 7. 20:26
나무는 웬만한 일에도 가지가 흔들리지 않는다. 가슴에 묻어두어도 가슴이 뻥 뚫리지 않는다. 한 해가 지나갈 때마다 나이테로 모든 허물을 지워버린다. 생과 사를 오가는 길에서 가까운 사람을 이별하기란 뼈아픈 슬픔이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면 이 지구가 뻥 구멍이 뚫려 아래로 추락하는 기분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내 곁에 영원히 있기를 바란다. 바쁜 일상사에 쫓기다보면 누구가에게 소홀했던 일들 먹고 살기에 바뻐서 돌봐주지 못했던 일들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할 일을 하다보면 짜릿하게 내 가슴에 전기가 흐른다. 왜 그렇게 바삐 사는가? 물질이 뭐길래 부만 쫓아가는가? 허망한 인생길은 어찌보면 금방 지나가는 길 바쁘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우리는 앞으로만 내달리고 있다. 종점에 가서 길을 멈출 것인가? 좀 더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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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린 여름산심연 2017. 7. 1. 17:20
묵묵히 서 있던 단풍나무 이파리 비바람에 나풀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목을 축이며 말간 얼굴로 등산객을 맞이하며 시원한 여름피서 서비스에 그저 좋아서 나를 품안에 안아주었다. 나무품에 안기고 싶어서 오늘도 비기 내려도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산길은 웬지 모르게ㅡ 내게 마음속 깊이 뭔가를 심어주고 있었다. 산에서 내려올 때는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홀가분하고 서로 정감이 오고 갔다. 일주일동안 꽉 얽매였던 구속 오늘만은 자유롭게 일도 하지 않고 무작정 걸어가며 어치소리 들으며 일주일전보다 더 이파리 무성한 나무를 고개를 들어 쳐다본다. 참나무는 몇백년동안 그 자리에 서서 수많은 사람들을 맞이하며 용기를 주었을까? 너처럼 변하지 않은 신의를 갖고 싶구나! 여름산이여 ! 잠시 정상에 앉아서 쉬었다 갈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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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그네심연 2017. 1. 15. 21:18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걸어가시구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하늘 한번 쳐다보고 땅 한번 쳐다보고 겨울나무 한번 쳐다보시구려 우뚝 솟은 나무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세를 두 눈으로 멀거니 쳐다보며 지난 날 힘들었던 날 행복했던 일들 즐거웟던 일 주마등처럼 필름에 찍혀서 나오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고만고만 현재처럼 건강하게 잘 살아다오 욕심도 어느새 사라지고 원망도 두려움도 쏜살같이 도망가고 모든 걸 젖혀두고 일상에서 벗어나고파 시간에 쫓기며 일에 얽매이는 생활 잠시 젖혀버리고 후울훌 가벼운 베낭메고 떠나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