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눈 내리는 날 저녁

목마와 숙녀 2014. 12. 17. 20:21

세상은 모두 눈속에 잠들었다.

눈이 어찌나  펑펑 쏟아붓는지

다라이갖고서 눈을 받아주고 싶었다.

길도 막히고 차위에 수북이 쌓인 눈은

태고시대로 건너 뛴 듯했다.

엊그제 세상과 딴판인 오늘

모든 걸 잊고서 나 자신으로 돌아가고파 했다.

조용한 밤인데 들리는 소라라곤

싸래기 내리는 소리

눈이 부슬부슬 불나비처럼 춤을 추어대면

제자리에 서서 내 몸이 멈춰버린 듯했다.

불빛속에 눈은 길을 찾아 제각기 갈길을 바삐 가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