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풍잎에깨알같이 곱게
손글씨로 편지를 보냅니다.
불타오르는 단풍잎을 잘 보고 갔냐고
올해는 가물어서 단풍이 잘 물들지 않았다고
대신 단풍대사가 되어
편지에 사진을 올립니다.
단풍잎도 나름대로 온갖 비바람속에도
끄떡하지않고 지금가지 이렇게 서 있는 것도
기적이라고 합니다.
단풍잎아 정말 잘 견뎌왔구나!
단풍구경 가자고 손을 잡고 먼저 앞장 서셨던 우리 어머니
'멋진 포즈' 찰칵 사진을 찍어주셨지.
근데 고개를 왼쪽으로 숙이고 차려자세로 선 옛날 학창시절 사진
아 ! 그 시절 단풍은 정말 내 마음을 홀딱 빼앗아버렸지.
어머니와 함께 단풍구경 또 가고 싶었는데....
산 너머 모랫재 너머 바람이 공원묘지로 불어가면
단풍잎 편지가 어머니께 배달되겠지요?
온 세상에 온기를 불어놓고
얼어붙은 가슴에 온돌을 지펴
사랑을 새록새록 피어오르게 해 봐요
가슴이 휑한 이, 얼음같이 차가운 이
사랑을 잃어버린 이
이젠 쬐끔씩이나마 세상을 너그럽게 바라만 보세요
먼 훗날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사랑꽃을 피울 날이 오리라.